[열왕기상 3장] 지혜 : 듣는 마음
- Dana Park
-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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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3장은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솔로몬의 치정(治定) 시작부분을 다룹니다. 특히 솔로몬이 <지혜의 임금>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을 잘 설명해 줍니다(4~9절). [솔로몬이 그 제단에 일천 번제를 드렸더니 기브온에서 밤에 여호와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하고 주께서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나이다...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솔로몬은 부왕(父王) 다윗에 비하면 자신은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자신에게 <듣는 마음>을 달라고 청합니다. 그런데 열왕기 저자는 솔로몬의 이 소원에 관하여 이렇게 평가합니다(10절). [솔로몬이 이것을 구하매 그 말씀이 주의 마음에 든지라.] 즉 하나님께서 왕이 된 솔로몬에게 원래부터 지혜를 주고 싶어 하셨는데, 작은 아이에 불과했던 솔로몬 역시 동일하게 지혜를 구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서로 간에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통한 것입니다.
계속 이어지는 하나님과 솔로몬의 대화는 <듣는 마음>과 <선악을 분별(구별)하는 지혜>를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습니다(11~12절). [이에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것을 구하도다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자기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즉 히브리어 렙 쇼메아(듣는 마음)와 렙 하캄(지혜로운 마음)이 마치 솔로몬과 하나님의 이심전심처럼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듣는 마음>은 곧 지혜로운 마음이요, 그것이 <지혜>라는 사실을 대변해 줍니다.
열왕기 저자는 이어지는 한 편의 재판 에피소드를 통해서 지혜를 실증(實證)해 줍니다. 어느 날 왕 앞에 두 창기가 살아있는 갓난아기 하나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쟁론이 벌어집니다. 설명한 즉은, 평소 같은 집에 사는 이 창기들 중 한 어미의 부주의로 한 아기가 이미 죽었고, 이제 살아있는 한 아기를 두고 두 어미가 재판을 걸어 온 것입니다. 요즘 같은 과학시대라면 유전자 검식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고대사회에서는 재판장의 의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명령합니다(24~25절). [또 이르되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칼을 왕 앞으로 가져온지라 왕이 이르되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라.]
솔로몬이 왜 성급하게 단 칼 승부를 할까요? 그 이유는 듣기 위해서입니다. 곧 <듣는 마음>때문입니다. 무엇을 들었을까요? 열왕기 저자는 이렇게 밝힙니다(26절). [그러자 살아 있는 그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에 대한 모성애가 불타올라, 왕에게 애원하였다. "제발, 임금님, 살아 있는 이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시어도 좋으니, 아이를 죽이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다른 여자는 "어차피, 내 아이도 안 될 테고, 네 아이도 안 될 테니, 차라리 나누어 가지자" 하고 말하였다.’] (표준새번역)
솔로몬은 참 생모의 음성을 듣습니다. 비록 미천한 창기의 신분이었지만 그녀 안에 자식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불같이 일어난 모성애의 부르짖음을 솔로몬은 <들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던 것입니다. 가장 높고 화려한 궁의 왕좌로부터 가장 낮고 비천한 창기의 자궁 속의 울부짖음까지 귀 기울일 수 있는 <듣는 마음>이 있었기에 솔로몬의 지혜는 당대 최고의 지혜라 불릴 수 있었습니다(28절). [온 이스라엘이 왕이 심리하여 판결함을 듣고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하나님의 지혜는 가장 높고 거룩한 하늘 보좌로부터 가장 낮고 타락한 죄인의 심령 속의 부르짖음까지 귀 기울여 주시는 바로 그 <듣는 마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지혜는 표면적인 지식 수집이 아니라, 숨겨진 소리와 소외된 소리와 무시된 소리와 버림받은 소리를 심층적(深層的)으로 들을 수 있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지혜는 바로 <듣는 마음>에 출발합니다. 그러니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혜>를 구하고, 그 지혜를 얻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사용해야 합니다. 아멘.
듣는 마음을 주소서. 가장 낮은 곳에서의 울부짖음과 숨겨진 소리와 소외된 소리와 무시된 소리와 버림받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지혜의 근원이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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