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32장] 경험의 빈 공간을 말씀으로 채우자

욥기 31장까지는 욥과 세 친구들 간의 긴 대화 중 욥의 마지막 독백으로 끝이 났다. 순차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 다음 차례는 하나님께서 등장하실 하실 순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32장이 아닌, 38장에 다시 등장하셔서 말씀하신다. 즉 욥기 32~37장은 욥의 말과 하나님의 말씀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한다. 또한 그 역할을 엘리후가 감당한다. 구조적으로 볼 때, 무지한 인간의 언어가 엘리후 라는 교량을 통하여 완전한 지혜이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엘리후의 말 자체가 완전하신 하나님의 지혜와 등식을 이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순히 하나님의 지혜에 이르는 관문이자, 교량으로서 힌트를 줄 뿐이다.

이제 32장의 엘리후의 발언 중에서 지혜에 관한 중요한 부분을 찾아보자(7~9절).

7절: 내가 말하기를 나이가 많은 자가 말할 것이요 연륜이 많은 자가 지혜를 가르칠 것이라 하였노라

8절: 그러나 사람의 속에는 영이 있고 전능자의 숨결이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시나니

9절: 어른이라고 지혜롭거나 노인이라고 정의를 깨닫는 것이 아니니라.’

여기에는 구조를 통하여 진리를 규명하려는 <엘리후의 논법>이 등장한다.

A. (7절) 일반 가정의 긍정

B. (8절) 진리

A'. (9절) 일반 가정의 부정

이 구조를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지혜는 나이, 연륜, 그리고 경험에서 오는 것 같지만, 너희들(연장자들)보니 그렇지 않구나. 오직 지혜는 사람 속에 임하는 하나님의 영으로만 얻을 수 있구나’이다. 엘리후는 이 사실을 전해준다.

욥기의 저자가 왜 하필, 32~37장의 긴 부분을 할애하면서, 그것도 38장에 하나님의 등장 바로 직전에, 엘리후를 등장시켜서 말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연로한 경험자들, 연륜을 갖춘 연장자들의 허점을 보완해 주기 위함이다. 즉 경험, 나이, 연륜보다 하나님의 영을 더욱 의지하라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나이가 들수록 하나님의 영을 더욱 붙잡으라는 충고이다.

즉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지혜를 추구하라는 뜻인데 그것이 무엇일까? 사도바울은 디모데에게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지혜’에 관하여 소개한다(딤후 3:16~17절):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영감)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지혜의 책은 성경이다. 32장의 적용은 나이가 들수록 경험적인 지혜만을 고집스럽게 붙들지 말고, 그럴수록 오히려 하나님의 영으로 감동된 지혜, 곧 성경을 붙잡고, 펼쳐서 부지런히 읽고 암송하라는 의미다.

‘어른이라고 지혜롭거나 노인이라고 정의를 깨닫는 것이 아니니라(32:9절)’는 엘리후의 메시지는 이 한계에 관해서 스스로 대책을 세우라고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으로 감동된 성경말씀이면 충분하다. 아직 눈이 보이고 성경책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면, 늦지 않은 것이다. 성경을 펼쳐서 읽고 묵상하고 암송 해보자. 이것이 지혜에 이르는 유일한 관문이 된다.

선교 사역을 감당하다가 감옥에 갇혀 죽음을 앞둔 사도바울이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에게 방문 요청을 하면서 뭔가를 부탁한다(딤후 4:13절 쉬운 성경): ‘드로아에 있을 때, 가보의 집에 두고 온 외투를 가져 와 주십시오. 그리고 책, 특히 양피지에 쓴 것들을 잊지 말고 가져다 주십시오.’

일평생 선교 사역을 감당했고, 무려 신약성경 13권을 기록했던 사도 바울, 이제 곧 천국을 눈앞에 둔 이 늙은이에게 뭐가 더 필요했겠는가! 그 정도면 충분하였다. 그러나 사도바울은 죽는 그 순간까지 양피지에 기록된 하나님이 말씀을 붙잡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지혜에 이르는 유일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경험적인 지혜의 빈 공간을 성경에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지혜로 채워보자. 그래서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이 되자.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