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8장] 전통에 갇히지 않는 하나님
- Dana Park
- Oct 18, 2021
- 2 min read
욥기 8장에서는 우리에게 낯익은 딱 한 구절만 눈에 들어오곤 한다(7절): ‘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이 구절은 식당, 사업장, 개업 행사 때마다 즐겨 사용하는 하나의 후렴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 한 구절이 8장 전체나 욥기 전체를 대변해주지도 않는다. 단순히 욥의 친구인 빌닷이 욥을 비난하는 말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문구이기 때문에 사실은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구절>>이다.
빌닷은 자녀들을 다 잃고 깊은 고난 중에서 항변하고 있는 욥에게 “네 자녀들이 주께 죄를 지었으므로 주께서 그들을 그 죄에 버려두셨다”는 인과응보 식의 매우 잔인한 말을 한다. 과연 빌닷은 무엇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할까?(8~9절).
[청하건대 너는 옛 시대 사람에게 물으며 조상들이 터득한 일을 배울지어다. 우리는 어제부터 있었을 뿐이라 우리는 아는 것이 없으며]
풀어보면 이러하다: ‘분을 내면서 네가 경험한 것을 근거로 해서 하나님께 험담하지 마라. 너는 옛 시대 사람들에게 물으며 배워라. 우리에게 전승된 경험과 지혜에 귀를 기울여라. 우리는 고작 60~70년밖에 안 되는 짧은 인생이니 섣불리 우리의 경험을 근거로 해서 어찌 큰 소리를 치며, 성급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 앞선 여러 세대에 걸쳐서 이어온 전통과 지혜를 담아두고 하나님의 의로우심과 성실하심에 항복하라.’
그러면서 계속해서 11~15절에서 ‘왕골과 갈대는 피었다 이내지지만 그것들이 자랐던 진펄과 물, 그리고 흙은 오래 오래 남듯이, 유구한 역사 속에 세워진 전통에 비해서, 짧고 제한된 경험으로 감히 전통 안의 답을 허물려는 시도 자체가 악인의 행사인즉 그것은 분명히 망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순전한 사람(전통에 순응하는 사람)을 버리지 아니하실 것이라(20절)’고 주장한다.
빌닷은 철저한 전통주의자이다. 전통(Tradition)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날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樣式), 또는 그것의 핵심을 이루는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전통은 아주 강한 보수성을 지니고 있어서 좀처럼 바뀌거나 변하지 않으며, 행여 그것이 타성에 젖으면 하나의 고착된 관념, 곧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전통과 권위는 그 시대까지 나름대로의 ‘정답 역할’을 하곤 하였고, 사회와 집단을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욥의 친구 빌닷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시는 신앙적인 교훈은 ‘우리 하나님은 <<사람이 정해놓은 답>>을 맞히는 자들만의 하나님은 아니다!’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이 말은 하나님은 인간의 오랜 경험과 시대적인 합의와 약속에 의거한 정답 안에 결코 갇히시는 분이 아니라는 의미다.
성경 안에 일어난 역사는 인간적인 전통(고정시키려는 통념)을 항상 뒤집어 왔다. 하나님의 역사는 천지창조부터 거대한 ‘불연속의 연속적인 사건들’이 즐비하게 나열된다. 아무것도 없는데서 창조되었다가,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세상을 하루아침에 물로 심판하여 없애셨다가, 겨우 생존자 8명으로 엄청난 종족을 번성케 하셨다가, 바벨탑 사건으로 언어를 혼잡케 하여 완전히 흩으셨다가,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기 위해 이스라엘이 아닌 갈대아 우르에서 그를 불렀다가, 하늘의 별같이 바다의 모래같이 자자손손을 주시겠다고 했다가 겨우 100세에 아들 하나 주셨고, 그것도 번제로 바치라고 하셨다.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어차피 가나안 땅을 주실 것이라고 굳게 약속해놓고선 곧 바로 애굽의 400년을 종살이를 시키는가 하면, 애굽의 종살이에 익숙해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광야 40년을 방황하게 하셨고, 그러는 동안 출애굽 1세대를 광야에서 거의 다 죽이셨고, 겨우 약속에 땅에 들어가게 하시나 했더니 오래지 않아 바벨론으로 포로가 되게 하셨다.
여기에 무슨 고정된 전통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나님의 역사는 도저히 우리의 고정관념에 담겨질 수 없다는 사실을 성경의 역사는 철저하게 증명해 준다. 욥기는 지금 고착된 답으로 하나님의 역사와 지혜를 가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전통이 필요지만, 전통을 넘어서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와 이끄심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 성령 하나님의 재창조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전통을 세워나가야 하며, 우리의 고정된 정답 안에 갇혀있지 말고, 전통 밖에서도 존재하시는 그 하나님의 지혜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님! 성령 하나님의 역사는 전통 안에 갇히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의 통념 너머에서도 늘 일하심을 믿게 하소서. 그리하여 성령 하나님의 재창조 사역을 인정하고 무한하신 지혜를 수용하게 하소서. 우리의 좁디좁은 이해의 범주를 넓혀 주소서. 지혜로 섭리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Comments